한석규의 절제된 감정연기와 사춘기 소녀 같은 심은하의 표정, 허진호 감독의 담백한 연출력이 어우러진 90년대 멜로 영화인 <8월의 크리스마스>는 멜로 영화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신파적인 요소는 걷어내고 담담한 표현 뒤에 긴 여운을 남긴 영화입니다. 그 해 청룡영화상과 백상예술대상에서 작품상을 수상했을 뿐만 아니라 여자 주인공인 다림 역을 맡은 심은하는 여우주연상과 연기상을 받았습니다.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기본 정보
<8월의 크리스마스>는 허진호 감독의 데뷔작이자 첫 장편영화로 이동진 영화 평론가는 지난 20년간 한국멜로는 결국 허진 호였다고 말할 정도로 그 당시 허진호 감독이 한국 영화에 미친 영향은 꽤 컸습니다. 그 후 영화 <봄날은 간다>, <외출>, <행복>, <천문>, <하늘에 묻는다>, <덕혜옹주> 등의 많은 작품을 연출했으며, 최근에는 전도연과 류준열 주연의 JTBC 토일 드라마 <인간 실격>을 연출했습니다. 또 이 영화의 촬영감독을 맡았던 유영길 감독은 1980년대에 위험을 무릅쓰고 광주사태의 참혹한 현장을 직접 카메라에 담아 미국 방송사 CBS에 처음으로 알리셨으며,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에 큰 역할을 하신 분입니다. 이 영화는 마지막 촬영작인데 안타깝게도 개봉하기 전 어느 새벽에 급작스런 뇌출혈로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줄거리
정원(한석규)은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초원 사진관을 운영하는 사진사입니다. 특유의 자상하고 따뜻한 목소리로 사진관에 놀러 온 초등학생들과도 서슴없이 지내는 서글서글한 성격입니다. 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에게는 좋아한다는 고백 한 번 제대로 해보지 못한 쑥스럼이 많은 사람입니다. 정원은 아버지(신구)와 단둘이 같이 살고 있었는데 겉으로는 남들과 다르지 않은 평범한 하루를 보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는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그는 사진관에서 열심히 일을 하고 퇴근 후에는 아버지와 저녁을 차려 먹고 잠을 자거나 아니면 근처에 사는 친구를 만나 술 한잔 하는, 어찌 보면 굉장히 소소하고 어찌 보면 굉장히 무료한 그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무더운 날, 지인의 장례식장을 다녀온 정원은 그곳의 풍경이 곧 자신에게 다가올 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사진관 근처에서 주차 단속을 하고 있는 다림은 주차 위반 차량의 사진을 인화하기 위해 사진관에 자주 오고는 했는데요, 이날 따라 급한 거라며 바로 필름을 확인해 달라며 정원을 재촉합니다. 죽음이 가까이 왔다고 생각했던 정원은 오늘은 일이 많으니 다음에 오라고 말하지만 정원의 속마음을 모르는 다림은 바쁘게 사진을 인화해야 한다며 사진관 밖에서 정원을 바라보며 독촉을 하기도 합니다. 다림에게 나중에 오라고 말을 한 게 마음에 걸렸던 정원은 다림과 아이스크림을 나눠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둘은 그렇게 친해지게 됩니다. 집에서는 가족들에게 치이고 밖에서는 일 때문에 치이면서 늘 스트레스를 받고 있던 다림은 정원의 따뜻하고 편안한 모습에 끌리게 되었고, 사진관을 찾아가 정원과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게 점점 더 좋아지기 시작했습니다. 화장기 없는 앳된 모습의 다림은 정원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화장품을 새로 사보기도 하고 아무렇지 않은 척 정원에게 먼저 데이트하자는 약속을 잡기도 했습니다. 길을 지나다 우연히 다림을 만나게 될 때면 정원은 스쿠터를 태워주기도 하고, 저 멀리 있을 때에는 다림을 불러 소소한 이야기를 하고 떠나곤 했습니다. 비 오는 날 마주친 정원과 한 우산을 쓰고 걸을 때 자꾸만 정원이 신경 쓰여서 한쪽 어깨가 다 젖어도 모를 만큼 다림은 정원에게 온 신경을 쓰고 있었습니다. 정원 역시 새침해 보이는 다림이 싫지 않았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자신의 생활이 무료하기만 했던 정원은 다림 이 오는 시간이 계속 기다려졌고 다림과 대화하는 게 좋았습니다. 다림이가 말없이 약속을 어기는 날이 있어도 기분 나빠하지도 않았고, 혼자 있을 때 다림을 떠올리는 시간이 많아졌으며 다림의 모습만 봐도 흐뭇한 미소가 생기기도 했지요. 그러면서도 정원은 점점 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합니다. 친구들을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다함께 마지막 우정 사진을 찍기도 하고, 가족들과도 집에서 단체 사진을 찍기도 했습니다. 혼자 남게 될 아버지가 걱정되어 TV리모컨 사용법과 사진기 작동법 등을 적어둡니다. 하나씩 알려드리지만 잘 알아듣지 못하는 아버지의 모습에 괜히 화를 내기도 하지만 그건 아마도 자신이 없을 때의 아버지를 향한 걱정이 더 커서 그랬을 것입니다. 괜찮다 괜찮다 스스로를 다독여 보지만 한 번씩 무너지는 날에는 자신의 처지가 서글퍼져 펑펑 울기도 하고 소리쳐 화를 내보기도 했습니다. 그 누구에게도 속시원히 답답한 마음을 표현할 수도 없었고 알아 달라 말할 수도 없었습니다. 다림이가 자신에게 다가오는 모습을 느끼고, 자신의 마음 또한 다림에게 다가가고 있음을 알지만 자신의 마음이 가는 대로 할 수 없는 처지이기에 자신의 아픔 또한 말할 수 없었습니다. 점점 그에게 남은 시간은 짧아져만 갔고, 집에서 쓰러진 정원은 병원에 입원하는 바람에 한동안 초원 사진관의 문을 닫습니다. 정원의 상황을 알지 못했던 다림은 계속 초원 사진관을 찾아가서 편지도 남기고 정원을 기다리지만 다시 볼 수 없었습니다. 정확한 이유도 알지 못한 채 정원과 연락이 끊긴 다림은 그리움과 걱정 그리고 말없이 떠난 그에게 화가 나 결국 술을 잔뜩 마시고 초원 사진관에 갑니다. 굳게 닫힌 사진관의 문을 원망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다 돌멩이를 던져 유리창을 깨버리고 이 날이 초원 사진관을 찾은 마지막 밤이 됩니다. 자신의 마지막을 정리하기 위해 사진관에 온 정원은 그동안 다림이 남긴 편지를 읽고, 자신도 다림에게 편지를 쓰지만 끝내 보내지는 못합니다. 마지막으로 다림을 찾아가 먼발치에서 바라만 보고 혼자만의 작별인사를 한 정원은 다시 사진관으로 돌아와 스스로 자신의 영정 사진을 준비하는데 왠지 모르게 웃음이 난 정원은 따뜻한 미소를 머금은 영정사진을 완성합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펑펑 눈이 오는 겨울, 초원 사진관을 찾아온 다림은 문이 닫힌 사진관 앞에서 서성이다 돌아가려는 순간 사진관 유리창 너머에 있는, 정원이 찍어 준 자신의 증명사진을 발견합니다. 지금은 한층 더 성숙해진 모습을 지닌 다림은 그 사진을 보며 기쁜 웃음을 짓고 그렇게 영화는 끝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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